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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 유형론 | Typology

JoyDo 2023. 7. 14.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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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 유형론 개관

유형론(typology)이란 용어를 처음 사용한 학자는 독일의 가벨렌츠(Georg von der Gabelentz: 1840-1893)로 알려져 있지만, 유형론 연구의 시초는 슐레겔(Fredrich Schlegel: 1772-1829)이 접사(affix)를 갖는 언어와 활용(inflection)을 하는 언어를 구분하면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 후 분류 방법에 대한 다양한 연구가 있었는데 언어 구조의 유형에 주목한 미국의 학자는 기술언어학의 시조라 할 수 있는 사피어(Edward Sapir: 1884-1939)였다. 그는 분류 없는 언어 체계의 기술이나 언어 체계의 미술이 없는 분류는 무의미하다고 보고 이 둘이 서로 보완적인 관계에 있다고 역설하였다. 또 독일 학자 슐라이허(August Schleicher: 1821-1868)는 언어를 고립어-교착어-굴절어로 분류하고 각 형태론적 유형은 언어의 발전 단계를 나타낸다고 주장하였다. 물론 언어의 유형이 언어의 발전 단계를 나타낸다는 주장은 현재는 밭아들여지지 않는다. 

언어 유형론 연구는 역사적으로 볼 때 몇 가지 발전 단계를 거쳐서 성장해 왔다고 할 수 있다. 가벨렌츠로부터 시작해서 1950년대까지를 초창기라고 한다면, 광범위한 언어 비교를 통해 함의적 보편 법칙을 이끌어 낸 그린버그(Greengerg)의 연구가 주축을 이룬 196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가 유형론의 제1기 전성이라고 할 수 있고, 콤리 등 여러 학자들의 연구(Comrie 1981/1989, Mallinson and Blake 1981, Dryer 1989, 1992, Nichols 1992)가 일어나기 시작한 1980년대부터 1990년대는 유형론의 발전기라고 부를 수 있으며, 하스펠마쓰(Haspelmath), 드라이어(Dryer) 등 여러 학자들의 연구가 봇물 터지듯이 생성되기 시작한 2000년대 이후를 유형론의 제2기 전성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언어 유형론은 무엇을 어떻게 연구하는 학문인가?

언어유형론은 언어들 사이의 다양성과 유사성의 비교 연구를 통해 언어의 보편성을 찾고자 하는 연구라고 정의할 수 있다. 언어유형론에서는 언어의 본질과 특성에 대한 범언어적 일반화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자료를 제공하고 분석하는 작업을 한다. 언어가 공유하고 있는 특성을 밝히고 한편으로는 서로 다를 수 있는 한계와 경계를 정한다. 

더보기

언어보편적인 언어 현상이 계통적으로 혹은 지리적으로 어떻게 분포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세계 언어지도(WALS, World Atlas of Language Structures)가 유럽의 유형론 학자들에 의해 완성이 된 바 있다.(Haspelmath et al. 2015)

 

언어들 사이의 다양성 연구

언어유형론은 언어의 다양성과 유사성을 비교하는 학문이라고 정의할 수 있겠다. 언어의 다양성은 어순의 다양성, 소리의 다양성, 음운, 표기, 문법의 다양성 등 여러 가지를 포함할 수 있겠으나 여기에서는 언어의 형태통사적 다양성을 연구하는 것으로 그 범위를 제한하겠다.

형태 통사적 다양성의 예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우선 쉬운 예를 들자면 시제 표시의 다양성을 떠올릴 수 있겠다. 영어의 소위 12시제에서부터 뉴기니 서부 언어에는 시체를 나타내는 문법 요소가 없고 문맥에 의존하여 시제를 추론하는 경우까지 다양한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시제 체계를 가지고 있는 언어 중에도 과거와 비과거만을 구별하는 이분 체계로부터 시작해서 과거, 현재, 미래를 구별하는 삼분 체계, 먼과거, 가까운 과거, 현재, 미래를 구별하는 사분 체계, 과거를 삼분하고 현재와 미래가 추가로 구분되는 오분 체계 등 다양한 체계가 있다. 과거를 삼부하는 체계에서는 아주 먼 과거와 먼 과거, 가까운 과거를 구별하는 언어도 있고, 어제 이전의 과거와 어제 과거, 오늘 과거를 구별하는 삼분 체계도 있을 수 있다. 이것은 아마도 발생하지 않은 불확실한 사실보다는 이미 발생한 사실의 시간적 위치를 특정하여 말하기가 쉽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형태통사적 차이와 구별되는 것으로는 화용론적 차이나 다양성 또는 언어 사용상의 차이나 습관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밥 먹기 전에 하는 말이나 행위에도 차이가 난다. 밥 먹기 전에 아무 말도 안 하는 것이 예절인 언어 습관이 있는가 하면, 식욕을 권장하고 돋우는 'bon appetite/good appetite' 등의 말을 하는 언어도 있다. 또 다른 예를 들자면, 영어에서는 신문 사러 나가면서 "I'm going to buy a newspaper'라고 한다. 보통 간다고만 말하고 돌아온다는 말은 명시적으로 안 하지만 돌아올 것을 듣는이는 전제한다. 그에 비해 한국어나 일본어에서는 보통 '신문 사러 갔다 올게'라고 표현한다. 이런 것들은 문법적인 차이나 형태통사적인 차이가 아니라 언어 사용상의 차이나 문화 관습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

 

언어들 사이의 유사성 연구

언어유형론에서는 언어들 사이의 유사성도 물론 연구한다. 유형론 연구에서는 언어 구조의 유사성에 많은 부분 의존하고 있다. 이것을 '구조 의존성(structure-dependece)'이라고 부를 수 있을 텥데, 형태 통사적으로 상이한 수백 개의 언어 비교를 가능하게 하는 전제 조건은 언어들 사이에 구조적 유사성이 존재한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유럽어를 비롯한 많은 언어에서 의문문을 만들 때 첫 번째 요소와 두 번째 혹은 세 번째 요소의 순서를 바꾸라 하지 않고, 주어와 동사의 순서를 바꾸라고 명시하는 것이 가능한 이유는 언어들 사이에 주어와 동사를 특정해 낼 수 있는 구조적 유사성이 존재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통사구조/범주(syntactic structure/category)'를 먼저 확인하고 이 동일한 통사범주에 형태 통사적 조작을 가하는 것이 가능한 것이다. 구조 의존성은 언어에서도 나타나지만 인간의 인지구조(human-cognition)의 일반적인 특징이다. 예를 들어 전화번호를 기억할 때 문화에 따라 3-4 자리, 혹은 3-2-2- 자리 등으로 나누어 구조적으로 기억하거나 숫자를 읽고 기억할 때 문화에 따라 세 자리나 네 자리로 나누어 구별하거나 구조적으로 기억하는 것이 그런 예에 속한다. 기억력은 임의적인 순서나 연쇄체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구조에 의존해서 기억할 때 훨씬 수월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참고문헌>
연재훈(2021), 언어유형론 강의, 한국문화사,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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