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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의 사회언어학 | 사회변화와 언어의 변화

JoyDo 2021. 8. 31.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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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해방 후 50여 년이 지나는 동안에 한국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각 방면에서 많은 변화를 겪었으며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에도 큰 변화가 일어났다. 여기에서 논의할 사회변동은 사회학자들에 의해 규정된 민주화, 산업화, 도시화, 개인주의화 등 네 가지로 요약된다. 그러나 한국 사회는 서구사회와 달리 이 네 가지 변동이 순조롭게 이루어진 것이 아니고 집권층과 일반 국민 사이에 정치적 갈등이 심해지면서 각 계층 간, 지역 간에 사상, 가치관 등이 다양화하였고 이것이 언어에도 영향을 미쳐서 경어법을 비롯하여 언어생활에도 상당한 다양성이 표출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언어변화는 언어 내적으로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기술되고 설명되어야 한다. 

시대적인 변동에 따른 사회계층의 변동도 국어의 변화에 반영되었다. 즉 8.15 광복과 6.25 전쟁을 겪고 나자 우리 사회에 남아 있던 봉건적인 요소는 사라지고 농경사회로부터 산업사회로 전환됨에 따라 직업과 신분 등에서 새로운 질서를 구축하게 되었다. 이러한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각 분야의 변화는 그대로 국어생활에 반영되어 현대국어의 경어법, 호칭, 인사말 등에 변화가 일어났다. 또한 새로운 문물제도나 직종 등을 나타내는 신어와 집단별 전문어도 크게 발달하여 새롭게 쓰이게 된 여러 신학문의 신학술어와 함께 신어의 수는 엄청난 분량에 달하게 되었다. 현대국어에서는 대화에 있어서나 글을 쓰는 경우에 있어서도 직설적이고 단정적으로 표현하는 방식보다는 피동적으로 표현하거나 완곡하게 표현하는 방식을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 어쩔 수 없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 그렇게 생각되어집이다.
  • 그런 것 같아요.
  • 지위가 향상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이렇게 볼 수 없을까,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 그렇게 보여집니다.

이러한 표현법이 더욱 발달하여 심지어 "저는...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와 같이 어색하거나 논리에 맞지 않는 표현법까지 많이 사용되기도 한다. 이밖에 짧은 문장 사용이나, 경어법의 축약, 신어, 속어의 발달 등도 언어변화의 한 유형으로 보인다. 

  • 바뀐말 : 간호부 -> 간호원 -> 간호사, 대서방 -> 법무사 사무실, 수위-> 경비원, 운전수 -> 운전사 -> (운전)기사, 식모 -> 파출부 -> 가정관리사, 복덕방 -> 공인중개사
  • 거의 사라진 말: 전당포, 구멍가게, 샘, 별식, 식모, 운전수, 조수, 필경사, 달동네, 구루마, 인력거, 호롱불, 포식, 빨갱이, 트랜지스터, 산파, 외나무다리, 레지, 보이 등

언어변동은 우선 문자면과 음성면으로 나눌 수도 있고 언어구조면과 언어 사용면으로 나눌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주지하는 바와 같이 문자언어보다는 음성언어가, 언어구조면보다는 언어 사용면의 변화가 더 심하다. 그러나 음성언어의 변화는 그때 그때의 살아 있는 음성을 녹음해 놓지 않은 이상 그 변화를 정확하게 밝혀내기가 어렵다. 또 실제로 몇 십 년, 몇 백 년, 그리고 더 나아가서 몇 만 년 동안의 것을 계속하여 녹음, 보관해 나간다는 것도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그러므로 지금까지는 엄격한 의미의 음성의 변화는 상당한 한계점을 가진다고 할 것이다.

 

문자 사용의 변화

해방 전과 그 직후까지는 신문과 잡지에서 한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80%가 넘었다. 특히 신문의 정치, 경제, 사회면은 90% 이상이 한자로 쓰여졌다. 즉 조사를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단어가 한자로 쓰여졌으며 단어도 한문투로 쓰여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해방 후에는 한자 사용 비율이 현저하게 줄고 한문투 표현도 대부분 순수 한글식으로 바뀌었다. 

그런데 여기에서 한 가지 특기할 사항은 위와 같은 한문 사용의 감퇴 추세에도 불구하고 국어경어법 사용에서는 아직도 정중한 표현어를 고유어보다는 주로 한자어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밥'보다는 '식사'를, '이'보다는 '치아'를, '이름'보다는 '성함'을 정중한 표현으로 보는 국민이 90%가 넘는다. 이는 아직도 우리 국어에 깊숙이 들어와 있는 한자어의 무게를 느끼게 한다. 

그 다음의 표기면의 변화는 띄어쓰기에 나타난다. 즉 해방 전에는 주어와 술어, 관형어와 체언조차로 띄지 않고 문장 전체를 붙여 쓸 정도로 띄어쓰기를 거의 안 했으나 해방 후 점점 더 엄격하게 하여 현재와 같이 모든 단어를 띄어 쓰게 되었다.

 

국어 경어법의 변화

대중의 생각과 행동 양식이 변화하면서 자연적으로 언어 사용법도 사라지게 되었다. 특히 인간관계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국어경어법은 지난 몇 십 년 간 많이 변모하였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언어 변화가 획일적으로 단일한 양상으로 변한 것이 아니고, 지난 20~30년 간 집권층의 정치 방식과 일반국민의 의식 구조에 괴리가 생기게 됨으로써 국민계층간 사고방식이나 가치관이나 문화가 일치하지 못하고 다양화되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경어법도 하나의 통일된 규범을 이루지 못하고 사회계층간, 세대간, 지역간 서로 다른 양상을 띠게 된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한국어 경어법의 추이 네 가지이다.

  1. 겸양의식의 약화: 겸양의식이란 상대방을 높이고 화자와, 화자의 직접 관계가 있는 사람을 겸손하게 낮추는 언어예절을 말한다. 예를 들어 "할아버님 거기엔 제가 가겠습니다"에서 '제가'는 '내가'에 대한 겸양표현이다. 또 다른 예로 "아버님, 아범이 오늘은 좀 늦겠다고 합니다"에서 '아범'은 '그이'나 민호 아빠'의 겸양표현이다. 이와같이 손윗사람 앞에서 그 상대방에게 존댓말을 쓸 뿐만 아니라 화자 자신이나 화자의 남편, 아내, 자식 등을 낮추는 것이 한국어 겸양법이다. 그러나 겸양표현은 최근으로 올수록 약화되는 추세에 있다.
  2. 청자대우 등급의 간소화와 경어법 사용의 다양화: 한국어에서는 동일한 뜻을 가진 말이라도 청자가 누구냐에 따라 존대의 등급이 달라진다. 해방 전에 비해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해요"형의 압도적인 쓰이뫄 '하소서'와 '하오'체의 현저한 감퇴 현상이다. 
  3. 비격식적 경향: 최근의 한국인들은 처음 보는 사람한테도 격식체인 '합니다'형보다는 비격식체인 '해요'형을 주로 쓴다(자료는 생략했습니다). 이런 경향 탓인지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교재에도 '합니다'형보다 '해요'형을 쓴 경우가 많다. 그리고 또 한 가지의 변화 조짐은 비친족 호칭의 확산이다. 즉 이웃 사람들에게는 물론 처음 보는 사람에게라도 노인에게는 '할머니', '할아버지', 중년에게는 '아주머니', '아저씨' 등과 같이 부르는 경향이 있다. 특히 백화점이나 가구점 등 고객을 상대로 하는 점원들 사이에서는 고객의 호감을 사기 위한 전략으로 이런 호칭법을 사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호칭법은 한국사회의 경어법이 그만큼 엄격한 격식성에서 벗어나 서양과 같이 비격식적이고 친밀한 경어체계로 가고 있다는 것을 예고하는 것인지 모른다. 
  4. 경어의 남용과 오용: 종래에는 대체로 고정적인 신분 관계에 따라 경어법이 쓰여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나 지금은 상대적 함의 관계가 이해관계에 따라 그때 그때 장면에 따라 상대적으로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이 상대적 힘의 관계에서 조금이라도 유리하기 위해서 경어법을 남용하는 수가 있다. 특히 최근 대두대는 '님'자의 남용이다. -생략- 이러한 경향은 일시적이 아니고 시대가 바뀔수록 확산되고, 심화되어 뿌리를 내리게 되지 않을까 생각하며, 또 그렇게 되어서 나쁠 것도 없다고 본다. 이밖에 '-시-'도 남발되는 경우가 있다.
<참고문헌>
박영순(2001), 한국어의 사회언어학, 한국문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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