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전공 노트

상위 맥락(high-context)과 하위 맥락(low-context) | 상황의존적 언어와 구조의존적 언어 | 술어 중심적 언어와 명사 중심적 언어

JoyDo 2021. 5. 5. 00:18
728x90

 

Hall(1976)은 언어와 문화간의 관계를 상위 맥락(high-context) 문화와 하위 맥락(low-context) 문화로 구분한 바가 있습니다. 

상위 맥락은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습니다.

  • 담화 진행에 있어서 비교적 적은 말수가 필요하며,
  • 주로 언어는 사회 구조를 강화하고,
  • 개인의 행동이 다른 사람의 의견에 의해 조절되는 '수치 동기적(shame-driven)'이며 존경과 상대적인 지위의 유지이다.

하위 맥락은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고요,

  • 비교적 더 많은 말수가 필요하며,
  • 주로 언어가 현재의 목적에 적절한 새로운 구조를 형성하며,
  • 개인은 자신의 행동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는 '죄의식 동기적(guilt-driven)'이다. 

 

Hall의 견해를 참고하자면 한국어는 상위 맥락 문화권이고, 영어는 하위 맥락 문화권입니다.

다음으로는 한국어와 영어를 각각 상위 맥락에서 비롯된 상황의존적 언어, 영어를 하위 맥락에서 비롯된 구조의존적 언어로서 설명을 하겠습니다. (참고로 해당 포스팅은 필자의 연구 내용이 아닙니다. 참고 문헌은 아래에 밝히겠습니다.)

 

상황의존적 언어: 한국어

한국어가 소속되어 있는 동양 문화는 농경 사회를 중심으로 발전되었는데, 농업이 여러 사람이 모여서 공동으로 작업을 해야 하는 상호의존적인 특성을 지니고 있으므로, 동양 문화는 개인보다는 집단이나 전체를 앞세우며 제도적 권위를 쉽게 인정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러한 상호의존적인 한국어의 특징으로는 다음을 들 수 있습니다.

  • 화자와 청자의 관계가 발화 상황에 많이 의존하므로 화자/청자를 나타내는 인칭대명사, 즉 주어나 목적어를 자주 생략합니다. 즉, 구조보다 의미전달에 보다 중점을 두는 면이 강합니다. 
  • 존대법을 통한 용언의 다양한 종결어미가 화자와 청자의 신분을 표현하기 때문에 일, 이인칭의 경우에는 주어나 목적어를 생략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 한국어는 대화형의 구조이므로 사실을 객관적으로 서술하는 말이기보다는 상대방에 대한 나의 말이므로, 굳이 상대방을 이인칭으로 호칭하지 않더라도 용언의 종결어미에 의해 누구에게 발화한 것인지 알 수 있습니다. 

 

구조의존적 언어: 영어

영어가 발달되어진 서양 문화는 유목 사회에 기반을 두고 있으므로 집단보다는 개별 단위로 이동하고 생활하여 집단보다는 개인이 더 우선합니다. 그러므로 너와 나를 비교적 명확하게 구분하며, 존칭어가 덜 발달되어 있으므로 일, 이인칭 주어나 목적어를 사용하여 서로를 확인해야 함으로 일, 이인칭 주어나 목적어를 생략하는 경우가 비교적 드뭅니다. 담화 상황보다는 구조가 중요시되어 문장의 구성 성분이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모두 나타납니다. 그래서 영어는 어순이 고정되어 어순에 따라 의미가 아주 달라지므로 문장의 구조에 의존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다음을 통해서 한국어에서 주어나 목적어가 생략된 것과 영어에서는 그렇지 않은 것을 살펴 봅시다. 

  • (나에게) 물 좀 주세요.
  • Please give me some water.

  • 여보! (나는) (당신을) 사랑해요.
  • Darling! I love you.

  • (너) 점심 먹었니? 그래 (난) 먹었어.
  • Did you have lunch? Yes, I did.

  • 뱀은 쥐를 죽여서 (그것을) 삼켰다.
  • The snake killed the rat and swallowed it.

  • 그는 어제 (그가) 산 책을 (그가) 읽었다고 말했다.
  • He said that he had lost the book that he had bought yesterday.

 

한편 한국어와 영어는 각각 상황성과 구조성이 작용하여 주어와 목적어의 설정 범위가 서로 다릅니다. 한국어에서 주어의 개념은 화자와 청자 혹은 제 삼자와의 상황성이 작용할 수 있어야 하므로 주어로 사용되는 것은 대체로 행위자와 대상인 반면, 영어의 주어는 상황성과는 관계없이 구조적인 측면과 관련되어 있으므로 그 표현의 범위가 무한대입니다. 왜냐하면 어떤 개념의 표현이라도 문장의 앞에 위치하면 주어로써 역할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이 때문이지요.

  1. John opend the door. <행위자>
  2. The door opened of itself. <대상>
  3. The key opened the door. <도구> 
  4. The box contains a lot of coins. <장소>
  5. The following morning found him in his bed. <시간>
  6. A little more humility will earn him respect and fame. <조건>
  7. Her father's sudden death forced her to quit school. <이유>
  8. The mere sight of him disgusts me. <원인>

위에서 사용된 주어의 개념 중 한국어에서 일반적으로 주어로 사용하는 것은 1번과 2번입니다. 반면 영어에서 주어로 사용될 수 있는 것은 모두이고요. 3번부터 8번까지를 한국어로 번역할 때에는 주어를 한국어에 어울리게 부사적으로 해석하게 됩니다. 

더보기

3. 열쇠로
4. 상자 안에는
5. 다음 날 아침에
6. 조금만 더 겸속하다면
7. 그녀의 아버지께서 갑작스럽게 돌아가셨으므로
8. 그를 단지 보기만 해도

 

 

술어 중심적 언어: 한국어

한국어는 화자/청자를 나타내는 주어나 목적어가 자주 생략되는 관계로 자연스럽게 술어를 중심으로 한 다원적인 구조로 발전이 되었습니다. 즉 동작과 양상을 표현하는 술어가 중심이므로 현상을 변화하는 양상 그대로 이해하고 여기에 자연스럽게 조화하려는 사고방식이 발전되었습니다. 또한 한국어는 술어에 보다 가까운 문장의 오른쪽 부분이 최종적으로 의미에 영향을 미치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므로 술어중심의 언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주어 중심적 언어: 영어

서양의 철학자들은 변화무쌍한 현상들의 배후에는 영원히 변하지 아니하는 실체가 존재한다고 가정했다고 합니다. 그들은 그것을 물질적인 원자 혹은 정신적인 '이데아'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꾸준히 동일성을 추구하며 모든 현상을 결과적으로 초래한 원인을 계속 추구하는 과정에서 과학적인 인과율의 사고방식이 발전되었으며, 술어가 묘사하는 현상은 그 원인자로서의 주어가 반드시 존재한다는 사실을 전제하게 했습니다. 

위와 같은 관점에서 영어는 주어를 중심으로 해서 그 주어의 양상을 술어가 표현하는 구조로 발전하여, 술어는 계속 변화되지만 주어는 변화되지 않는 상태에서 주체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고방식을 발전시켰습니다. 그러므로 영어는 주어가 먼저 정립되고 그 주체의 존재와 동작을 표현하는 술어 동사가 따르고 이 술어 동사의 보충어가 와서 사실을 안정적으로 서술하는 주어와 술어의 이원적인 언어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점은 영어가 명사류를 통한 실질 주어뿐만 아니라 가주어 it, 강조 구문의 it, 비인칭 주어 it 등의 형식 주어를 통해서 주어를 중심한 문장 구조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도 엿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 영어가 형식 주어를 사용하는 이유는 한국어에서 나타나는 상황성의 개념으로 설명이 됩니다. 이들 형식 주어 it은 날씨, 시간 등과 같은 실제 자연상황이나 문장 전후의 문맥상황에서나 또는 분명하지는 않지만 전후상황에서 어느 정도 유추할 수 있는 경우에 it을 사용하여 상황성을 암시해 주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it을 사용하여 주어를 중심으로 하여 문장의 뼈대를 먼저 형성하고 심리적으로 간결함을 주면서 문장을 완성하려는 '주어 중심'의 특성이 겉으로 드러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편 영어에는 주어 중심의 구조에서 명사 중심의 구조가 부수적으로 생겨났는데요,

영어의 명사, 보다 정확하게는 영어의 추상명사 중에는 한국어로 번역을 할 때 동사적으로 해석해야 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 The conception of history as a science is a recent one.
    하나의 학문으로서 역사의 개념은 최근의 일이다. (x)
    역사를 하나의 학문으로 생각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o)
  • Her acquaintance with the writer will be helpful to her career. -> 알게 되는 것은
  • The mere sight of him makes me thrilled. -> 보는 것은
  • The heavy rain pervented me from going to school. -> 비가 오는 것은
  • The boy's arrest for murder shocked his parents. -> 체포되는 것은

 

능동문과 수동문의 사용

영어는 한국어에 비해서 능동문에서 수동문의로의 전환이 비교적 자유로운 언어입니다. 

서양인은 인간과 자연을 양분하는 사고방식에서 동사를 타동사와 자동사로 엄격하게 구분하고 있습니다. 이는 자연을 정복의 대상으로 간주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행위를 가하는 것과 행위를 받는 피동의 개념이 보다 엄격하게 사용됩니다. 

반면 동양은 인간과 자연을 동일시하고 인간을 자연의 일부로 간주하고, 자연과 인간을 동일시하려는 사고방식에서 동사의 능동/수동 개념이 보다 정확하지 않습니다. 

한편 영어는 주어 중심의 언어이므로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주어가 나타나는 동시에 주어와 다른 논항(즉 목적어)과의 의미역 관계가 결정되면서 술어의 태가 결정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즉 주어가 정해지면 그 주어에 상응하는 술어가 결정되어야 함과 동시에 주어와 목적어 사이의 관계가 설정되어 능동문과 수동문이 결정됩니다. 다시 말해 보다 객관적인 입장에서 사실을 서술하려는 사고가 작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에 비해서 한국어는 술어 중심의 언어이며 상황성이 강하므로 보통은 능동태를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용언에 피동 접사를 붙이거나 하여 수동의 의미를 전달합니다. 

  1. He sold the house. 그는 어제 그 집을 팔았다.
  2. The house was sold. 그 집은 어제 팔렸다.
  3. The house was sold by him. 그 집은 어제 그에 의해서 팔렸다.(영어식 번역) / 그 집은 어제 그가 팔았다.(한국어다운 표현)

한국어의 수동문에서는 영어처럼 행위자와 수동자로 양분하려는 시도가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위의 2번과 같이 수동문은 수동 구조 대신에 수동의 의미를 가진 용언(피동사)를 사용합니다. 

 

종합적 사고 언어인 한국어와 분석적 사고 언어인 영어

관사의 사용

종합적 사고 언어인 한국어는 단수/복수의 개념이 맥락에 의해 표현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복수 표현 어미의 사용이 임의적이며, 한정사(관사)의 사용이 부차적입니다. 반면 분석적 사고 언어인 영어는 단수/복수의 개념이 보다 철저하며, 복수 표현 어미의 사용이 필수적이며 관사의 사용 또한 보다 철저합니다. 

더보기

** 강, 바다, 운하, 사막 등은 이들의 경계가 분명하지 않으므로, 이것을 극복하기 위해서 정관사(즉 the)를 붙여 경계를 분명하게 합니다. 반면 호수, 섬, 다리, 공원 등은 그 자체가 분명한 경계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특정함을 나타내는 정관사를 첨가하지 않아도 됩니다. 

 

복수형의 사용

한국어는 짝으로 되어 있는 사물을 전체적/종합적인 관점에서 하나의 사물로 간주하여 단수로 취급합니다. 반면 영어는 짝으로 되어 있는 사물을 분석적으로 간주하여 결과물은 하나이지만 두 개의 부분으로 되어 있는 현상에 더욱 비중을 두어 복수형을 사용합니다. 


 

손병룡(2001), 사고와 문화가 언어에 미치는 영향, 영어영문학연구, 제45권, 131-152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