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적인 한국어 발화에서 주어는 많은 경우 생략되기도 하고, 명시적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김우성(1996)에서는 스페인어와 한국어의 주어 생략 현상에 대해서 비교하였는데, 인칭과 수에 따라 주어와 동사가 일치하는 통사적 특성 때문에 스페인어에서는 주어가 생략되어도 동사의 변화형을 보고 생략된 주어가 무엇인지 알 수 있고, 이 때문에 문장 차원에서 주어 생략이 일반적이라고 한다. 반면 한국어에서는 대화문에서 주로 문맥상으로 유추 가능한 주어가 생략이 되는데, 생략이 되지 않는 경우에는 주어가 대조적인 정보이거나 배화의 초점이 되는 정보일 때라고 하였다.
이나라(2014)에서 명시적 주어 표현을 통계적으로 밝히고 이를 설명하려 한 시도가 있었는데, 다음은 그의 일부이다.
말뭉치 분석 결과, 한국어 화자들은 자연스러운 대화 상황에서 1인칭 주어를 71%, 2인칭 주어를 79% 생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 말하면 1인칭 주어의 29%, 2인칭 주어의 21%만이 명시적으로 문장 내에서 실현이 되었다는 말이다. 이나라(2014)에서는 대화 참여자들의 사회적 관계, 즉 연령 및 성별 차이가 주어의 명시적/비명시적 표현과 연관이 있는지 알아 보았다.
- 1인칭과 2인칭의 경우 모두 같은 연령의 화자들 간 대화에서 명시적인 주어 표현 비율이 가장 낮게 나타났고, 연하의 상대방에게 발할 때에 1, 2인칭 주어를 명시적으로 표현하는 비율이 가장 높았다. 요컨대, 같은 연령의 화자들 사이의 대화에서 1, 2인칭 주어가 명시적으로 나타나지 않고 '생략'되는 비율이 높은 반면, 연령 차이가 있는 화자들 사이의 대화에서는 화자 자신이나 상대방이 주어가 되는 발화에서 그 주어를 '생략'하지 않고 명시적으로 나타내는 비율이 비교적 높았다. 이를 두고 이나라(2014)에서는 나이 많은 화자가 나이 어린 화자를 상대로 한 대화에서 비교적 자유롭게 자신이나 상대방을 지칭하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그 표현에 제약이 많은 한국어의 문화적 특성에서 기인한다고 보고 있다.
| 상대 연령 | 명시적 주어 | |
| 1 인칭 | 같은 연령에게 | 26% |
| 연상에게 | 73% | |
| 연하에게 | 34% | |
| 2 인칭 | 같은 연령에게 | 17% |
| 연상에게 | 20% | |
| 연하에게 | 52% |
- 남성과 여성 화자가 대화를 할 때, 여성은 자신을 주어로 하는 문장에서 29%의 경우에 주어를 명시적으로 표현한 반면, 남성은 18%의 경우에만 주어를 명시적으로 표현하였다.
- 화자가 발화에서 자신을 주어로 할 때에 대부분의 경우 대명사를 선택하게 되는 반면 상대방을 주어로 하는 발화에서는 대명사 외에 친족어휘, 직업명, 이름 등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였다.
명시적 주어 표현의 화용적, 사회언어적 의미
한국어는 나이에 따른 인칭 표현이 다양한 언어이다. 화자와 청자의 나이에 상관없이 사용할 수 있는 인칭 표현이 거의 없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대화 참여자에 따라 인칭 표현이 달라지는 것은 다른 언어와 비교해 보았을 때에 상당히 두드러지는 특징이다. 영어와 같은 인구어와 달리 대명사 외의 명사, 예를 들어 이름, 친족 어휘, 직업 명 등으로 화자가 자신이나 상대방을 가리키는 것이 보편화되어 있다. 거꾸로, 대화 속의 인칭 표현만으로도 대화 참여자들 간의 사회적 관계를 이해할 수 있는 경우도 많다.
-중략-
한국어의 명시적 주어 표현은 문법적, 의미론적으로 서술어의 행위주나 주제를 가리키거나 단순히 대화에 직접 참여하고 있는 화자들을 가리키는 역할을 넘어서 대화 참여자 간의 사회적 관계를 드러내는 일종의 화용적 도구로 사용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중략-
한국어에서 인칭 표현은 사회의 위계와 대화 참여자들 간의 관계를 기본적으로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생략되지 않고 나타나는 1, 2인칭 주어를 통해 화용적 효과가 생길 수 있다. 예를 들어, '해 줄게', '내가 해 줄게', '언니가 해 줄게', '선생님이 해 줄게'에서 주어가 가리키는 화자가 모두 동일인물이고 서술어가 가리키는 행위가 모두 동일할 지라도 명시적 주어 표현의 선택에 따라 각 경우의 발화가 가지는 화용적 무게가 달라질 수 있다. 즉, 한국어가 사회적 위계질서나 대화 참여자 간 관계, 또 그것을 드러내거나 감추려는 화자의 의도가 담화에서 인칭 표현으로 잘 드러나는 언어라는 것이다.
- 이나라(2014), 한국어의 1,2인징 주어 생략 현상에 대한 재고: 명시적 주어 표현의 화용적 의미를 중심으로, 담화와 인지, 제21권 3호, 145-163.
- 김우성(1996), 스페인어의 주어 생략 - 한국어 주어 생략과의 대조 분석적 관점에서, 이중언어학회지 13, 267-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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